미국 명문대 SAT 의무화 부활과 입시 공정성 논쟁의 본질
미국 유수 대학들이 대학 입학 자격 시험인 SAT와 ACT 성적 제출 의무를 재도입하면서, 표준화 시험의 공정성과 가치에 대한 오랜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습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 많은 대학들이 '시험 선택제(test-optional)'나 '시험 미반영제(test-blind)'를 채택했으나, 최근 다트머스, 예일, MIT 등 명문 대학들을 중심으로 표준화 시험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회귀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학생들의 준비도를 보다 면밀히 평가하고 잠재력 있는 인재를 발굴하는 데 표준화 시험이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표준화 시험 의무화 재도입의 배경과 목적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시험장 폐쇄와 준비 여건 악화로 인해 공정한 시험 응시가 어려워지자 많은 미국 대학들은 SAT나 ACT 점수 제출 의무를 일시적으로 면제하거나 선택 사항으로 전환했습니다. 이러한 정책은 '시험 선택제(test-optional)' 또는 아예 점수를 고려하지 않는 '시험 미반영제(test-blind 또는 test-free)'로 불렸습니다. 하지만 최근 여러 명문 대학들이 이러한 정책을 뒤집고 표준화 시험 성적 제출을 다시 의무화하는 추세입니다. 다트머스 대학교, 예일 대학교,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가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고 있으며, 컬럼비아 대학교는 2027~28학년도 입학 전형부터 표준화 시험 요건을 다시 도입할 예정입니다. 또한 캘리포니아 대학교(UC) 시스템 내 1,300명 이상의 교수진이 시험 요건 재도입을 요구하는 서한에 서명하는 등 학계 전반에서 변화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들 대학은 표준화 시험이 저소득층 고등학교 출신 학생들 중 숨겨진 재능 있는 인재를 발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합니다. 내신 성적만으로는 학생들의 대학 수준 학습 준비도를 온전히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표준화 시험 점수가 학업 준비도를 더 정확하게 파악하는 중요한 보조 지표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한국의 대학 입시에서도 정시 전형의 순기능을 주장하는 목소리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한국의 수능과 같이 표준화된 시험은 지역과 학교 간 학력 격차나 내신 성적 산정 방식의 차이에서 오는 불균형을 보완하고, 객관적인 학업 성취도를 측정하는 도구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원스톱 대학 상담(One-Stop College Counseling)의 대표이자 독립 교육 컨설턴트인 로리 콥 와인가르텐은 대학 교수진들이 대학 수준의 학습에 준비되지 않은 학생들이 늘어나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고 설명합니다. 헬로컬리지(HelloCollege)의 설립자인 케빈 크렙스 역시 "대학 수준의 학업에 필요한 기초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너무 많이 입학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이는 학생들이 빠르게 압도당하고 교수진은 커리큘럼을 진행하면서도 학업 격차를 메우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어려움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학생들의 중도 이탈률을 높이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크렙스는 덧붙였습니다.
'시험 선택제' 도입 후 드러난 예상치 못한 문제점들
표준화 시험 성적 요구를 철회한 후, 많은 대학들은 '시험 선택제'가 지원자 수를 늘리고 합격률을 낮추는 결과를 초래했음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언론 홍보에는 유리하게 보일 수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시험 재도입을 설득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다고 아이비 튜터스 네트워크(Ivy Tutors Network)의 대학 입학처장이자 전 코넬 대학교 입학처장이었던 존 모건넬리 주니어는 말했습니다. 선택성 높은 대학들에서 지원자 수가 급증한 반면, 시험 점수 요구가 사라지면서 에세이, 활동, 추천서, 교과 과정의 엄격성 등 다른 입학 전형 요소들의 비중이 더욱 커졌습니다.
겉으로는 민주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러한 변화는 결국 좋은 자원에 접근할 수 있는 학생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모건넬리는 "시험 점수를 대체한 전형 요소들이 광고된 만큼 공평하지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지원율 상승과 합격률 하락은 명문 대학들이 전례 없이 높은 경쟁률을 보이는 듯한 착시 효과를 주었습니다. 또한, '시험 선택제' 하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들만이 점수를 제출했기 때문에, 각 대학의 평균 SAT 또는 ACT 점수가 급등하여 많은 학생들이 지원을 망설이게 만들었습니다.
와인가르텐은 시험 점수가 없을 때, 대학들이 다양한 성적 산정 방식, 교과 과정, 학점 인플레이션 수준을 가진 고등학교 출신 지원자들을 비교할 수 있는 공통적인 척도가 하나 줄어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한국 교육 현장에서도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 논란과 유사한 맥락을 가집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지만, 내신 성적 산정의 불균일성, 비교과 활동 준비에 필요한 사교육의 영향력, 그리고 정성 평가의 객관성 부족 등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미국의 '시험 선택제'가 예상치 못한 문제를 낳았듯이, 한국에서도 다양한 입시 제도가 도입될 때마다 그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함을 시사합니다.
표준화 시험의 진정한 가치와 다면적 평가의 중요성
표준화 시험 성적 제출 의무의 재도입은 학생들에게 장학금 확보라는 또 다른 중요한 이점을 제공합니다. 앨라배마주 어번 고등학교의 앤 바오 학생은 ACT 시험을 치렀고 여러 대학에 지원할 계획입니다. 앨라배마주에서는 모든 학생이 ACT 시험을 무료로 응시할 수 있어,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최소한 하나의 시험 점수를 제출할 수 있도록 보장합니다. 바오 학생은 표준화 시험이 학생의 대학 준비도를 완전히 대변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빠르게 추론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시간 제약 속에서 다양한 질문에 적응하는 능력 등 학생의 학업 프로필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말했습니다.
온라인 고등학교인 크림슨 글로벌 아카데미(Crimson Global Academy)의 지역 입학처장인 스베틀라나 케쿠티아 역시 이 의견에 동의합니다. 그녀는 명문 대학들이 평가해야 할 방대한 정보 속에서, 신뢰할 수 있는 학업 데이터가 더 나은 의사 결정을 가능하게 한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학교 환경, 교과 과정의 엄격함, 내신 성적과 함께 해석될 때, 표준화 시험은 학업 준비도의 유용한 증거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시카고 릴라이언스 칼리지(Reliance College)의 마샤 패밀라로 엔라이트 총장은 '시험 선택제' 논쟁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왔다고 지적합니다. 그녀는 "이 시험들이 예측력이 있는가? 1학년 성적은 상당히 잘 예측한다. 하지만 무엇을 예측하는가?"라고 질문하며,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논증을 유지하며, 증거가 바뀌면 생각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은 예측하지 못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엔라이트 총장은 SAT 점수가 학생이 혼자서, 시간 제약 속에서, 정답이 하나뿐인 질문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줄 뿐이라고 말합니다. 그녀는 시험 점수 요건을 재도입하는 학교들이 대중에게 방어할 수 있는 지표에 최적화하고 있을 뿐, 진정으로 원하는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한 것은 아닐 수 있다고 봅니다. 이는 대규모 대학에게 시험 점수가 지원자 수를 관리하기 위한 "행정적 해결책"일 뿐 "교육적 해결책"은 아니라는 통찰을 제공합니다. 결국 크렙스는 표준화 시험이 수천 개의 고등학교에 걸쳐 공통된 벤치마크를 제공하고, 내신 성적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우수 학생들을 식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는 시험 결과가 전부는 아니며, 교과 과정, 에세이, 추천서, 개인적인 배경 등과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많은 명문 대학들이 여전히 명목상 '시험 선택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합격자 대부분은 점수를 제출한다는 사실은 한국의 수시와 정시 논쟁에서도 다면적인 평가의 중요성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즉, 표준화 시험은 전체 입학 과정의 한 부분으로 사용될 때 가장 큰 가치를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 대학들의 표준화 시험 의무화 재도입 움직임은 대학 입시의 본질적인 목적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들을 선발하는 것을 넘어, 학생들의 진정한 학업 잠재력과 다면적인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한국 교육 현장 역시 학생부종합전형과 수능 중심의 정시 전형 간의 균형을 찾는 과정에서 이러한 논의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표준화된 평가와 정성적인 평가가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될 때, 교육은 개개인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각자의 교육 환경에 맞는 최적의 입시 제도를 모색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